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 클라이맥스는 1절 마지막 부분에 “궂은 비 내리는 날….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2절은 “밤늦은 항구에서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곳에 대하여” 구성지게 울어 제끼는 구절입니다. 중년 남자의 마음을 다 알아주는 것 같은 목소리로 나이든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 노래를 처음 들어본 것은 10여년 전 당시 70대 중반 이셨던 집사님 댁에서 였습니다. 집사님이 노래를 부르며 흔드시는 몸짓과 목소리가 참 멋있었습니다. 그 집사님은 자기를 항상 ‘곧 장로’라고 소개를 하셨습니다. 지금은 집사이지만 곧 장로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권사를 하시라고 하면 “목사님, 나는 곧 장로가 좋아. 그리고 내가 권사 그런거 해봐. 동네사람들 웃다가 배꼽 빠질꺼야” 하면서 사양하셨습니다. 언제나 신나게 젊고 낭만적으로 사셨습니다. 주일 예배에 오시면 항상 “아이고 목사님도 오늘 교회 오셨네!”하면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언제 만나도 사람을 편하고 즐겁게 하는 은사가 있으셨는데, 인생 말년에 사업 크게 하다 망하기도 하셨지만 이북에서 월남 하시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기신 어른 이십니다. 그것을 제가 알아서 그런지 집사님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노래 부르실 때는 왠지 가슴을 울리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연세 많으신 목사님께서 성탄 인사 전화를 주셨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하시고는 첫 말씀이 “요즘 내 가까운 친구들이 자꾸 떠나네. 내가 죽으면 김목사가 내 장례 해줄 꺼지?”하셨습니다. 저는 “목사님, 먼 훗날 이야기 하지 마시고 건강 잘 지키셔서 코로나 끝나면 뉴욕 대서양 바다 낚시 갈 준비하세요”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목사님 자꾸 잃어버리는 것들 생각하지 마시고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셔야죠. 아직도 목사님은 미국 교회 한달에 두세 번 설교해서 용돈도 버시고, 텃밭 농사 지으셔서 자급자족하시는데, 목사님처럼 행복한 노인이 천하 몇명이나 되겠어요. 저도 목사님처럼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 전화통화 마지막 말씀이 “김목사, 오래 살아라. 아버지 목사님 생각나서 전화했다. 오래 살고 목회도 오래 해야해”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규정되는 2020년, 참 많은 것 잃었고 아프고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남아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자 합니다. 잃어버린 것이 많이 아프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했다는 것이고 귀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생 다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그만큼 사랑했으면 큰 행복과 축복을 누린 것입니다. 사랑하니까 아프고, 사랑했으니 그리운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 복음의 핵심은 잃어버린 것 찾기 위해 세상에 오신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입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기 때문에 내게서 잃어져 버린 모든 것들을 그 사랑과 은혜 안에서 찾는 것이 믿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들어와서 마스크를 쓰고 벗다가 보청기 잃어 버리고 찾느라 진땀을 흘린 시간이 많았습니다. 안경은 결국 얼마 전 망가뜨려서 지난 몇 주간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열쇠 찾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만 그러는 것도 힘든데 아내까지 이것저것 잘 잃어버리니 그러고 사는 것이 이제 당연시 된 세월입니다. 큰 눈이 온 며칠 전 교회 마당 잠시 눈 치우는 흉내를 냈더니 허리가 조심스럽고, 이번주부터는 무릎이 시원치 않아서 뭘 싸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잠을 자다가 나의 이런 꼴 생각하다 기가 막힌 것은 잠깐이고,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다 하나님이 내 꼬락서니가 변변치 못했을 때 언제나 손 내밀어 주셨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잃었을 때 항상 나를 찾아와 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은혜가 몰려왔습니다.
올 해는 그냥 어떤 꼴이라도 여기 이렇게 있는 것만 생각해도 감사하기만 합니다. 못나고 모자라도 이것이 오늘 내게 주어진 최고 최선 하나님 은혜와 축복입니다. 무조건 “은혜로다 은혜로다”이고 감사 또 감사뿐입니다.
2020년 함께하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