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6대 대통령이 지난 수요일 취임을 했습니다. 저는 이럴 때 항상 뭔가 중요한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설교나 목회수상에서 말하고 썼습니다. 그런데 왠지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고 싶습니다. 큰 기대와 흥분된 마음에 들떴다 실망하기를 여러번 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며칠 전 하나님은 왜 이 어려운 시기에 곧 80세를 바라보는 노년의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세우셨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하나님 미국 새 대통령 바이든을 도와주세요”라는 기도가 나왔습니다.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드디어 미국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했는데, 바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완전히 다른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젊어서는 역사가 진보한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그런 순진한 생각 없어진지 오래됩니다. 나라 정책에 영향을 주겠다고 워싱톤에 가서 시위도 해보고 국무성도 백악관도 여러번 들어가 보았지만 돌이켜보니 권력 잡은 엿장수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일은 별 영향력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괜히 우리끼리 뭔가 대단한 일이나 한 것처럼 폼 잡고 행여나 뭐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그랬던 것 같다는 것이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 때 어맨다 고먼(Amanda Gorman)의 시 가운데 “언제나 빛이 있다. 빛을 보려는 용기가 있다면. 빛이 되려는 용기가 있다면.”(There is always ligh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see it. If only we’re brave enough to be it.)이라는 구절이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빛이다.”하신 말씀입니다. 실력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사명입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젊은 시인이 외친 것처럼 빛을 보는 용기와 빛 됨의 믿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요즘 기쁨의 언덕 본문 전도서에 보면 “헛되다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로 시작하고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 그리고 해 아래 뭔 새것이 있겠느냐 그런 말씀이 반복됩니다. 동의합니다. 그래서 헛된 것에 시간낭비 안하려고 합니다. 때가 있는데 안달하고 보채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로 갈지 모를 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리더쉽’(How To Lead When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Susan Beaumont)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인생 중간지대에 대한 내용으로 옛 것은 아직 다 지나가지 않고 새 것은 도착하지 않은 애매 모호한 때, 어떻게 지도력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코로나의 현실도 그렇고 올해 9월이면 분리될 상황에 놓인 교단의 현실도 그렇고, 인생 만사가 그렇습니다. 이럴 때 뭘 대단한 것 해서 자기 실력을 확인하고 인정 받으려는 몸부림 치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중간지대에 처해있을 때의 위험은 옛 것을 놓치 않으려는 사람들과 새것을 빨리 이루려는 사람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현실이 어려우니 차라리 애굽의 노예시절로 돌아가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빨리 뭔가 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아침이면 매일의 양식 만나를 감사하고 구름 기둥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여호와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알고 성막 지성소에 임재 하시는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고 자면서 감사해야 하는데, 불평 불만을 넘어 하나님 불신에 까지 이른 사람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2021년 올 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 전 어느 글을 보니 바다 한 가운데 배가 침몰했을 때 나이 많고 기운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뭐라도 붙잡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렸더니 살아나고, 힘이 좀 있고 젊은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살 길을 찾아 헤매다가 목숨을 잃는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이 카리스마가 넘치고 이런저런 대단한 묘기색출 그래서 광신적 팬들을 몰고 다니는 팬덤 정치에 빠졌던 대통령들 보다는 실제적으로 오늘 미국 현실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교회도 어려운 이 때 뭔가 대단하게 잘하려고 난리 치기 보다는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듣기에 예민하여야 할 것입니다.
2021년 새해 지난 3주간 계속 장례가 있었습니다. 천국가는 마지막 길 육신은 땅에 묻고 영혼을 하나님께 돌려보내고 장지에서 교회로 돌아오는 길, 항상 감사가 컸습니다. 대단한 것 없어도 함께 살아가는 삶 자체가 큰 은혜이고, 때가 이르러 천국가는 길 잘 배웅할 수 있는 교회가 된다는 것은 더 바랄 것 없는 은혜와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