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로님 한분이 다음 주에 코로나 백신을 맞는다고 하십니다. 아직 65세가 되려면 멀었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물었더니 택시 운전기사는 ‘필수적 직업’이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런가하면 뉴저지와 매사추세추 주에 있는 목사들 역시 ‘필수적 직업’으로 구별이 되어 백신을 맞았습니다. 뉴욕은 목사에 대해 그런 혜택이 없지만 시간 좀 지나면 저도 백신 맞을 날이 오리라 생각하니 감사하기만 합니다.
어제 사무실을 정리하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구입한 코로나 치료제(?)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말 구충제 한 갤론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 회충약 두 박스입니다. 한 동안 그 말 구충제는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고 고양이 회충약은 암치료에 좋다며 거의 ‘만병통치’효과가 있는 것처럼 되어 당시에는 품절현상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기막힌 노릇인데, 그때는 저나 교인들이 코로나 걸리면 쓰려고 많이 구입했으니 말 수백마리의 회충을 죽이고도 남을 분량입니다. 교회 농장에 소나 말을 키워서 기생충 생길 때 기다렸다가 쓰던가 아니면 버려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 동안 기세등등 했던 것이 QAnon이라는 음모론 현상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어린이들을 성적학대하는 사탄숭배자들이 미국 정치와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 사탄의 세력을 무찌르려고 하나님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세우셨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는 가짜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스크 쓰는 것을 거부합니다. BLM 흑인인권운동의 배후에는 무슬림 테러집단이 있다 여기고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교회 탄압이 시작될 것이고 대통령선거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국회의사당에 쳐들어가는 파괴행위를 선동해 냈습니다. 아마도 트럼프가 재선되었다면 이 음모론이 미국 땅을 지배하는 진리와 교리가 되었을 지 모릅니다. 이런 음모론에 동조하는 기독교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음모론이라는 것이 어떤 사회문제를 합리적으로 설명해 내는 공부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차별과 같은 생각을 정당화하는데 좋은 도구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내 편은 좋은 편 나와 생각이 다른 편은 나쁜 편, 도식에 맞춰서 모든 것을 설명하면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음모론은 중학생 이상의 비판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빠지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문화혁명 때 모택동이 중학생들을 홍위병으로 세워 지식인들을 숙청하는데 썼습니다. 히틀러가 나치 소년단을 만들어 역시 그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국의 분단역사에서도 그런 면이 많지만 오늘날 반지성적 광신자들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나 종교인들도 그런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신앙의 수준도 코로나를 고치기 위해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 어려우니까 말 구충제나 고양이 회충약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하는 현상과 같을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거론되는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땅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현상도 어느 정도는 고양이 회충약을 파는 교회들이 만들어 낸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뭘 모르고 불안하면 뭐라도 붙잡고, 무슨 말이라도 믿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건강하지 못한 종교는 이런 인간의 불안과 약점을 극대화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신천지, 인터콥이나 IEM선교회 등이 코로나 사태 확산의 주범이 되어 기독교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난리입니다. 하나님은 QAnon 음모론자들이 미 국회의사당 파괴행위하는 것을 보게 하셔서 미국 국민들이 그들 속에 담겨져 있는 무서운 악을 알게해주신 것처럼 선교라는 명목으로 교인들을 혼미하게 만들고 교회를 어지럽히던 집단들의 민낯을 드러내게 하셔서 교회로 하여금 사리판단 제대로 하도록 경고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으면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코로나 사태가 준 선물이 그것입니다. 다 무너졌으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명분과 기회입니다. 우리는 감리교회 이니까 웨슬리가 말하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이 하나가 되는 성서적 구원을 중심 삼아 교회 본분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아직도 예수님이 교회의 주인이시고 성령께서 역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