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총독 빌라도가 자기 권력으로 예수를 살리고 죽게 할 힘이 있을 것으로 착각했지만 예수님 앞에서 결국 “진리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예수님은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하셨고 “진리에 대해 증언하러 왔다” 하셨습니다. 예수의 사람들은 세상 어떤 권세와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자유케 하고 구원하는 진리이신 예수님을 믿고 말씀에 따를 뿐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 진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믿음이고 예수님의 말씀 따라 살아가는 삶 자체입니다.

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목사라는 것에 대한 신앙적 자부심 그리고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교회생활과 함께 종교적인 열심이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민교회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목회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신학교에 갔습니다. 문제는 보스톤대학 신학교가 대학원 과정이다 보니 화공학을 전공한 제가 감당해내기 벅찼습니다. 수업시간 졸기만 하고 주말이면 교회 전도사한다고 바쁘게 사느라 제대로 공부를 할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영어도 시원치 않은데, 헬라어니 히브리어니 다 꼬부라진 남의 나라 말 공부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 조직신학이니 뭐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었습니다. 보스톤대학 Marsh Chapel 앞에 있는 마틴 루터 킹 노벨평화상 기념탑에 매일 손을 대고 “하나님 내가 이분같은 훌륭한 목사되겠다고 여기에 왔는데 도와주세요”하고 기도하고 수업에 들어가지만 기도 응답 비슷한 것도 없으니 학교 채플에 들어가서 매일 울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 5월 18일 한국에서 광주사태가 터지니 당시 보스톤 지역에 있는 대학원생들이 모여 데모를 준비하면서 나를 앞장서도록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하버드에서 사회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던 훗날 서울대 대학원장을 지낸 임현진교수가 보스톤지역 대학원생들 사이에 어른이셨는데 유학생들 보다는 미국 시민권있는 사람이 나서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저를 앞에 나서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광주가 터지고 신학 논문 하나를 써내야 했는데 하나님이 정의로운 분이시라면 군사독재정권의 만행을 가만두지 않으셔야 하는데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울분을 토하는 페이퍼를 냈습니다. 어느날 Elizabeth Bethenhousen여성신학자 교수가 수업시간에 “신학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신학은 불의에 분노하고 하나님에 대해 정직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면서 제가 쓴 글을 공개합니다. 저는 평생 학교 다니며 공부 잘하는 것으로 칭찬받은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그날 이후 우수한 학생이 되었고 졸업할 때는 학생 대표로 마틴 루터 킹이 졸업한 그 채플에서 교수 대표와 성만찬 집례를 하는 영광을 누리었습니다.

보스톤 신학교는 나에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하신 예수님 말씀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교회문화 우월감, 교회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종교적 열심 콤플렉스 이런 것들이 다 무너지게 만들고 예수의 진리로 다시 세워지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 진리가 내게는 노예 백성을 광야로 이끌어 내시고 결국에는 가나안 약속의 땅에 들어가게 하신 하나님 사랑입니다. 율법도 예언자도 소용없으니 결국 예수 십자가 보혈 은혜로 나와 같은 죄인을 구원하신 그 은혜가 나를 자유케 한 진리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에 발을 디디고 살면서 병자들을 고치고 악한 영을 몰아내고 지극히 작은 자들을 사랑하고 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라고 가르쳐주신 그 복음입니다. 결국에는 죽음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세상을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할 거룩한 소명주시고 성령의 능력을 주셔서 교회를 이루게 하셨습니다. 이 자유케 하는 진리는 주님의 몸된 교회에 지금도 살아계신 주님이 오늘도 우리 삶 가운데 이루시는 영원한 생명과 부활 승리의 현실입니다.

이 예수가 내 주님이시니 사도 바울의 말처럼 어떤 형편에서도 자족하는 비결을 터득하고 세상 어떤 헛된 권력과 권세에 굴하지않고 당당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