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억한다’(Remembering the Future)는 말도 있고 “미래를 위해 기억한다”(Remembering for the Future)라는 말도 있습니다. 성경말씀 가운데 구약에서는 ‘remember’(기억하라)는 말씀이 많이 나오지만 신약에서는 예수님이 성만찬과 관계되어 말씀하시는 것에 나옵니다. ‘기억을 함께 가진다’는 것은 ‘다시 공동체에 속하게됨’(Re-Member)의 과정입니다. 하나님 이야기를 기억함으로 다시 또 다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입니다.

오는 수요일 저녁에 한어회중 창립50주년(1975-2025)을 준비하는 모임을 가지게 됩니다. 원래 ‘후러싱제일교회’의 역사는 220년 가까이 됩니다. 처음 교회를 세운 분들은 유럽에서 미국에 이민을 와서 현재 예배당을 70년전에 건축하고 세월이 지나 후러싱지역이 70년대 한인 이민 1번지가 되면서 한어회중이 교회를 책임지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46년 후러싱제일교회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교회로 오늘까지 교회 존재목적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 심방예배를 드릴 때 하나님이 사람들을 만드시고 ‘심히 기뻐하셨다’라는 말씀을 가지고 설교를 하면서 “아이들이 커서 때로 속을 썩이는 일도 있고 그렇지만 그 아이를 낳고 이름을 지어주면서 기뻐하고 소망했던 그 순간을 기억해 보세요”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교회가 앞으로 5년간 창립 50주년을 준비하는 여러 프로그램들과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 기쁨, 그 감사, 그 꿈을 회복하는 ‘미래를 위한 기억’의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40주년 창립 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것이 준비의 부족함이었습니다.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었고 저는 당시 여기에서 1년 겨우 목회를 했기에 어쩔 수 없기는 했지만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5년을 목표로 준비합니다. 과거를 은혜와 축복의 믿음으로 돌이켜 보면서 감사와 기쁨 그리고 자랑스러움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미래를 위한 기억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뉴욕 이민1번지 교회로서의 헌신과 희생을 뿌리내렸으니 ‘냇가에 심은 나무’(시편 1편)가 되는 교회가 되어 잎이 늘 푸르고 철 따라 열매 맺는 교회를 소원합니다. 앞으로 1. 기억을 귀하게 여기는 세대(Generation with memory)의 중요성과 2. 역사의 전환점에서 이정표의 남김 3. 50년 ‘희년교회’로서의 비전나눔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50주년 이야기가 나오니까 교인 한 분이 미국 주류사회가 우리 코리언 어메리칸 공동체를 아는데 도움이 될 자료를 출판하자고 하십니다. 어린이들과 부모의 대화도 좋고 청소년들이 이 땅을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아픔과 꿈 이야기를 모아도 좋고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위해 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들의 이야기를 모아내자고 합니다. 저는 우리교회가 도시 사막에서 꽃을 피우고 예수님 말씀하신 생명수 샘물이 되고 강물을 이루는 교회되기를 빕니다. 필라델피아에 가면 버려진 도심을 유명한 관광지로 만든 곳이 있습니다. 한때는 번창하던 동네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빈터와 버려진 건물만 남아있던 곳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버려진 공장과 건물 벽들을 이용해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훗날 고등학생들 미술 프로젝트가 되고 교회 청소년들 도시 선교 프로그램이 되면서 버려졌던 동네 전체가 아름다운 하나의 예술품이 되었습니다. 죽었던 것을 살리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죽은 것을 살려내는 부활증인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래 전 미주 민족운동역사 책이 나왔습니다. 여러 어른들에 대한 글이 나오다가 책 끝부분에 제 이름 석자와 저에 대한 글이 한 뼘 나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왠지 엄청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글을 읽다가 보니 정말 진하게 독립운동으로 시작하여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삶을 나누었던 어른들 선배들 이름이 나왔습니다. 책에는 짧게 이름과 어떤 행사들의 기록이 나와있지만 그분들의 삶과 함께 해왔던 모임들에는 엄청 많은 아픔과 어려움 그리고 사랑과 헌신이 담겨져 있는 것을 저는 압니다. 책을 편집하신 분에게 편지를 보내서 “이 기록이 그냥 글이 아니군요. 뜨겁게 뛰던 심장이고 사랑이고 아픔이었습니다. 정말 온 몸으로 진지하게 살았던 시절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정말 그런 시절이 존재했었는지 이제는 감이 없을 정도로 제가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시려는 어른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죄송 또 죄송하기만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섬겼던 아틀란타한인교회 40주년 역사책을 내면서 편집위원장께서 교인이었던 분들 이름을 모두 기록하자고 제안하니 그러면 너무 양이 많아진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단호하게 “이름 석자만이라도 이름을 기록으로 남깁시다”라고 강조 하셨습니다. 그 분 목소리에 담긴 단호함을 들으면서 그 이름들은 그냥 이름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가 교회를 사랑하기 위해 뿌려졌던 눈물이고 기도이고 사랑이고 희생이고 꿈이고 소망이기에 애타게 강조하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후러싱제일교회는 후러싱 이민 1번지 중심입니다. 앞으로 5년간 50주년 ‘희년’을 준비하면서 과거에 대한 감사는 물론, 미래를 위한 거룩한 꿈을 다시 꾸는 교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