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터 목이 간질간질 하기에 인터넷을 들여다 보니 코로나 델타 변이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있기에 급하게 진료소에 갔습니다. 평상시 진료소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검사 받으려고 기다리는 것은 남의 일이라 여겼는데, 막상 내가 그 줄에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많이 긴장했습니다. 토요일이니 줄이 길 것 같아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는데 다행히 아무도 없어서 진료소 문을 열자 첫 케이스였습니다. 목이 간질간질하다 했더니 엘러지나 아무 일이 아닐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의사가 말합니다. 집에서는 한센병 걸린 것처럼 구박을 받았는데, 의사는 걱정하지 말라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긴장을 했는데, 콧구멍 양쪽에 면봉을 넣다 빼더니 끝났다고 가라고 합니다. 30분만에 문제가 없다며 결과를 알려줍니다. 신기한 것은 걱정할 때는 목이 많이 간질거렸는데, 문제없다니 간질거리던 것이 없어졌습니다.
백신을 맞았어도 델타 변이로 조심 또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후러싱제일교회 담임목사가 확진자이고 그래서 교인들이 단체로 걸렸다는 악성루머가 퍼졌었기 때문에 사태 초기부터 목회실은 물론 예배준비팀에서 방역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니 지치고 힘들지만 이제까지 우리는 잘 견뎠습니다. 마지막 고비일 것 같은데 더 조심하고 인내할 수 있기를 빕니다.
살면서 병에 걸리기도 하고 검사 받고 백신 맞는 일들이 있습니다. 한 개인도 가정도 교회도 그렇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저는 인생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모든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머물러 가며 보고 느끼는 훈련을 합니다. 아파야 하면 아프고, 기다려야 하면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 자기성찰 만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시는지 기대하면서 기다립니다. 유대 랍비들의 “인생이 쓰다는 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 어떤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니 나쁘다고 말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은 단 것보다 쓴 것들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씁쓸한 쑥이 들어간 개떡을 좋아했습니다. 얼마전 권사님 댁에 보니 여주가 열려서 많이 열리면 좀 달라고 했습니다. 쓰지만 당뇨에 좋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 케이크도 먹고 빙수나 아이스크림도 잘 먹기는 하지만 평상시에는 소금이나 설탕이 없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샐러드를 먹을 때도 드레싱 없이 채소 그대로 먹습니다. 가능한 있는 그대로가 좋기 때문입니다.
어제 토론토 큰빛 교회에서 고 박재훈목사님 천국환송예배가 있었습니다. 한국 찬송가에 “어서 돌아오오”, “지금까지 지내온 것”, “눈을 들어 하늘 보라” 등 박목사님이 작곡하신 찬송가가 많이 있습니다. 언제인가 제가 “수많은 찬송가를 작곡하셨는데, 어떤 찬송이 가장 귀하세요?” 여쭈었더니 “고난 당할 때 작곡한 찬송이 제일 좋아. 민족 고난의 역사 육이오 때 부산에 피난 가서 작곡한 찬송들이 지금도 가장 귀해”하셨습니다. 아들 박기성목사가 조사를 하면서 “아버지는 어린이같이 단순하고 순수하고 순결하셨습니다”하셨는데, 고난의 역사를 살아온 믿음의 어른들에게만 가능한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된 삶의 열매인 것입니다.
제가 20대 때 곽노순목사님이 “머리의 존재함을 언제 아는가?” 질문하셨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만져볼 때요?” 그랬더니 “이놈아! 머리의 존재는 대가리가 아플 때 비로서 깨닫는 거다!”하시면서 “너도 성숙해 지려면 아픔을 도피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훈련을 해라”하셨습니다. 그 말씀의 뜻을 깨닫게 되는 것이 참 오래 걸렸습니다.
어제 잠시 델타 변이 코로나에 걸렸는지 걱정을 했습니다. 아니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작은 하루의 해프닝이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그냥 별 일 없이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고 좋은 하나님 은혜인지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