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년 마지막 주일입니다. 올 해 많이 들었던 말 가운데 하나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였습니다. 유대인들의 성경주석서인 미드라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다윗 왕이 전쟁 승리의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기념 반지를 만들라고 했을 때 아들 솔로몬이 보석공에게 반지에 들어갈 문구를 주었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였다고 합니다. 너무 좋은 것도 지나가고 너무 어려운 것도 지나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랜터 윌슨 스미스(Lanta Wilson Smith)가 쓴 시에도 나옵니다.“끊임없는 근심이 즐거운 노래를 들리지 않게하고 피곤에 지쳐 기도조차 할 수 없을 때 이 진실의 말이 당신 마음의 슬픔을 줄여주고 힘든 나날의 무거운 짐들의 무게를 가볍게 하도록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런데 그냥 거저 지나가는 것 아닙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다는 선언은 하나님이 모든 것에 깊이 들어와 계신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1:14)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신 그리스도에 대한 선언이 그것입니다. 가장 거룩한 하나님이 가장 더러운 사람들에게 오셨다는 이 성육신 선언은 큰 복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죄인을 구하러 오셨고 아픈자를 고치러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인생 지혜를 생각하면 지나가는 것들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지만 예수님을 생각하면 아프고 어려운 곳에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예수님 십자가 은혜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하셨습니다. 고난 속에 구원의 은혜가 있고 죽음 속에 부활의 승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이 듣는 말이 저도 이제 늙었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벌써 늙었어야 했습니다. 제 친구들 대부분 머리 빠지고 하얗게 되고 그랬습니다. 오래 전 친구가 “김목사는 겨울의 영성을 터득해야 해요.”라고 했었습니다. 제 스승은 저에게 “이놈아, 목사는 가을의 서늘함과 겨울의 싸늘함을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너는 어찌 늘 봄과 여름이냐.”하셨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어렵지 않고 어려워도 잘 이기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아픔 속으로 어려움 속으로 어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담대함과 성숙함이 있어야 했습니다. 겸허하게 인생에 주어지는 것들, 가난한 마음으로 품고 담아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사람되심이 훌쩍 그냥 거저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땅으로 내려 오셔야 했고, 육신의 한계를 감당해야 했고,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셔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예수를 믿고 예수를 증거하는 목사였으면 나도 그 원칙과 진리에 조금 비슷하게 따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늙다가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고 끝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 진작 알면서도 전혀 모르듯 살았습니다.
2021년은 정말 기가 막히게 엄청 아프고 어렵고 무너지고 죽어가야 했던 한 해 였습니다. 이제 정말 지나가네요. 그런데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우리의 어둠, 아픔, 어려움 가운데 주님이 빛으로 사랑으로 생명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돌이켜 보면 후회도 아쉬움도 회개도 많았습니다. 저는 평생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몇 번 없습니다. 목소리는 그래도 괜찮은데 노래 부르면 음정 박자 가사 거의 다 틀립니다. 그런데 4년전 단비TV 이사장 할 때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사들과 함께 한 줄 겨우 노래했고, 올해 초 목회스텝들 함께하는데 껴주어서 했습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부르고 또 부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나의 달려갈 길 다가도록 나의 마지막 호흡 다하도록 나로 십자가 품게 하시니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 은혜라.”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어떻게 일어나고 열어나갈지 모릅니다. 오직 주님께 의지하고 의존할 뿐입니다.
2022년 기다리면서 노래부릅니다.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