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는 동북부지역총회 줌미팅에 참여했습니다. 여기에는 뉴욕, 뉴저지, 볼티모어, 보스톤 등 10개 지역의 연회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오는 11월 첫 주에 있을 감독선거를 위해 몇 명을 뽑을 것인지 결정하는 회의였습니다. 그런데 회의 내내 제 마음에 걸린 것은 감독회의 보고서에 나온 동북부에서만 2024년도 까지 1,000 교회가 없어질 것에 대한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런데 감독회의에서는 미래가 불확실하니 이번에는 감독을 뽑지말고 2024년까지 기다리자고 하는데, 총대들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리더쉽에 대한 불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교단이 직면한 문제보다는 각자 그룹이 갖고 있는 정치적인 소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교회가 천 개가 없어진다고 하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이 가장 중심적인 관심이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안건 자체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저는 이런 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기막히기도 했습니다.

소그룹에서 저는 “밀어서 안되면 끌어당겨야 문이 열릴 수 있다. 그동안 했던 방법이 안되면 거꾸로 해 볼 필요가 있다. 불확실하고 어렵게 만들어져 있는 교단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간소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불신의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은데 오늘날 교단의 현실이 불확실하고 어렵다면 이럴 때 일수록 리더로 세운 분들에게 부여된 권위를 존중해주고 신뢰를 주어야하지 않겠는가?” 내 발언에 대한 반응이 썰렁했습니다. 저는 동네목사이기 때문에 교회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어려운 것인지 압니다. 그래서 1,000개 교회가 앞으로 두 해 안에 교단을 떠나거나 없어진다는 것이 제 마음을 어렵게 하는 사안입니다. 제 소견은 감독선출보다 정말 교단이 살아 나려면 교회 본질 회복이 가장 시급합니다.

어느 신문기자가 구세군 창립자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대장에게 물었습니다. “다가오는 미래에 닥쳐올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이겠습니까?” 임종을 앞둔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위험은 중생없는 용서를 전하는 철학적 기독교입니다. 추상적인 지식만을 전하는 말만 하는 철학적 기독교,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그리스도 없는 교회입니다. 교회라고 하지만 그 교회에 가서 그리스도를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 없는 정치, 지옥없는 천국을 말하는 잘못된 교리, 이런 것들이 앞으로 문제될 것입니다” 110년전의 이야기 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입니다.

제가 11월 첫주에 한국 멘토링사역원과 한국 써번트리더쉽이 공동주최하는 멘토링 컨퍼런스에 강사로 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러싱제일교회 임원회가 오늘 교단문제와 관계된 투표를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결정이 나오던지 앞으로 교회 내부는 물론 연회와의 관계에서 어렵고 복잡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연회 총대로서 지역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한국에 다녀온다는 것이 무책임하게 보일 것 같아 못간다고 연락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주최측이 잘 이해를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저는 한인교회와 관계되는 일 이외에는 교단 돌아가는 일에 대해 관여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교단분리 문제가 나오면서 교단 회의에 참석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반성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한인교회들이 어려움 당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무책임과 무관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에 참여를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연합감리교회에 속한다는 것은 ‘거룩한 대화’(Holy Conferencing)가 기본인데, 이 책임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이민교회 목사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문화와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있게 참여해야 했습니다. 오늘 누가복음 18:1-8에 나오는 억울함 당한 과부가 포기하지 않고 재판장을 귀찮게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신뢰와 믿음은 참여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책임있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놀란 것은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개인 감정을 드러낸다거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하는 그런 일 없었습니다. 모두 회의 과정의 절차와 진행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인내하고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뉴욕연회 비커튼 감독이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the journey goes on”(인생의 여정은 계속된다)입니다.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이시니 믿고 순례의 여정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