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 SNS에는 한국에서 갑자기 세상 떠난 한 여성목사에 대한 애도의 글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알지 못하고, 그분이 하는 일에 동참하지도 않지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목사님의 죽음은 성경과 하나님을 들먹이며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무지하고 무자비한 짓들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노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저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분노할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아픈 것은 정말입니다. 교회라는 집단이 사람을 살리고 사랑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데 죽이고 미워하는 일에 열심이고 못되고 못난 짓 전문집단으로 전락하면 불행한 노릇입니다.

30여 년 전 제가 시카고지방 목사자격 심사위원장으로 있을 때 아주 유능한 여성 목사후보생 인터뷰로 인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심사위원 3:3으로 표가 갈리는 상황에서 위원장인 내가 기권을 했더니 과반수가 되지 않아 부결되었고 그로 인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슬프고 아픈 일이 일어났습니다. 반대입장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둥 잔인한 말을 함부로 했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분노하고 슬퍼했습니다. 당연히 기권을 했던 저는 불행한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그 해 북일리노이연회 감독께서 전화를 해서는 연회가 분노와 슬픔으로 마음이 갈라져 있으니 개회예배 설교를 하라는 것입니다. 설교를 해야 하는데 강대상 앞에 서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떨려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니 오래 전 세상을 떠나신 제씨 드윗(DeWitt) 감독님이 나를 안고서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설교를 하면서 내내 울었습니다. 연회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나는 진보신앙을 가진 목사라고 하지만 한인교회 목사이고 이런 문제에 대해 문화적으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합니다. 다만 성경에서 분명히 말씀하고 있는 것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어떤 일이나 누구에게나 사랑으로 대하고 소망을 주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젊은이를 사랑으로 대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가져야 하는 소망을 주지 못했습니다. 나는 내가 예수의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도리를 지키지 못한 죄인입니다.”

지난 40년여 연회와 총회에서 갈등하던 이 문제로 우리 교단은 심한 진통을 겪고 분리되고 있습니다. 매사에 확실하고 분명한 사람이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하고 양비론적이냐고 비난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30여 년 전의 제가 경험했던 아픈 경험 때문입니다. 교회가 지켜야 하는 그 어떤 것이라고 해도 사람을 숨막히게 해서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후러싱제일교회 임원회가 동성애 문제로 교단탈퇴를 결의한 것을 저는 존중합니다. 교인들이 신앙양심을 지키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어떤 모습이라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권과 존엄을 파괴하는 언행에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GMC 교단이 그런 교단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전통주의적 신앙을 가진 교회들이 그 교단으로 가는 것 환영합니다. 제가 어느 교단에 소속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후러싱제일교회 교인들의 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GMC로 간다면 교회 부흥만이 아니라 현재 UMC Social Principle 정신을 존중하는 정의평화와 인권 존중하는 교단이 되는 일에 힘쓸 것입니다. UMC로 남게 된다면 이민교회 신앙과 영성을 존중하고 교회 부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디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어느 교단이거나 나에게 남아있는 목회할 수 있는 동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하나님이 쓰시는 만큼 쓰임 받다 은퇴할 것입니다.

80년대 초반 목사가 되어 17년 시카고 북일리노이연회에 속해 있으면서 연합감리교 사회구원 진보적 신앙을 자랑스럽고 귀하게 여겼습니다. 90년대 말부터 18년 애틀란타 북조지아연회에 있으면서 연합감리교 복음주의 전통주의 신앙이 가진 영혼구원과 교회부흥의 열정을 자랑스럽고 귀하게 여겼습니다. 이제 뉴욕에 와서 목회 말년 내가 사랑하는 교단의 진통의 중심에서 제가 목회하는 교회는 물론 내 자신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가 감당해 내야 하는 싸움은 참 아픈 싸움입니다. 오늘 뉴욕연회 감독이 후러싱제일교회에 오셔서 교단분리 과정 절차를 이끌어줘야 하는데 오지를 못한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말과 생각들이 난무할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속한 공동체이니 십자가 사랑과 은혜를 그리고 성령 안에서 누리는 소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 사랑과 소망으로 서로를 대해야 합니다.

이미 교단과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왜 당신은 실속 없는 좋은 소리만 하려고 하느냐고 제게 불만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전쟁이라는 그 전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남아서나 나가서나 못나고 못된 짓 하느라 열심이면 안되고 예수 잘 믿어야 하는 영적인 전쟁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축복해 주어야 하는 선교의 파트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