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목회 초기 내 스승 곽노순 목사님께서는 ‘하지 않음으로 함’(Non-Doing)을 많이 가르치셨습니다. 보스톤한인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었을 때 시카고 지역 감리사가 더 이상 타 교단에 있지 말라고 하면서 ‘대학목회’에 파송을 결정했다고 돌아오라 했습니다. ‘대학목회’를 나는 캠퍼스 대학생선교라고 여겼는데, 내 전임자이신 곽목사님께서는 ‘큰 가르침’으로 ‘대학’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섯개 대학 캠퍼스를 다니며 사역을 하던 저를 어느날 부르시더니 “이놈아, 뭔 열쇠가 그리 많은것이냐? 인생에 꼭 필요한 열쇠는 단 하나이거늘…” 하시고는 ‘작은 가르침’에 바쁘지 말고 ‘큰 가르침’을 위해 더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요즘 ‘하지 않음으로 함’을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목회를 배울 때만 해도 목사는 ‘설교자’ (preacher)의 역할이 우선이고 다음이 ‘목회자’(pastor)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목회는 무척 복잡하고 어수선 정신없게 뭐가 참 많습니다. 특별히 교단 탈퇴와 관련해서 여기저기 호출당하고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정신이 없습니다. 내 40-50대 목회를 예배당 건축하는 일로 시간을 많이 써야 했는데, 60대 목회는 동성애 문제로 교회가 교단 탈퇴하는 것과 관련되어서 신경과 시간을 많이 써야 합니다. 천하 똑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연합감리교회 교단 총회에서 40여년 치열하게 싸우면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먹고 살기 바빠 정신이 없는 후러싱제일교회 교인들에게 던져 놓으니 참 난감합니다.

옛날에 곽노순 목사님은 하루 10시간 책을 읽으셨습니다. 주일 설교는 딱 한번 하시는데, 15분 설교가 목회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무더운 시카고 여름날 미국교회 예배당 빌려서 오후에 예배를 드리니 덥기가 짝이 없어도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하면 어디선가 봄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었습니다. 교인들은 다른 것 바라지도 않았고 바란다고 해도 목사님은 대꾸도 안하셨습니다.

오늘 오후 1시에 뉴욕연회 비커튼 감독께서 타운홀 미팅을 주관합니다. 후러싱제일교회가 동성애자 목사안수 반대하는 입장으로 인해 교단 탈퇴 추진 임원회 결정에 대한 첫 시작입니다. 감독님도 오늘 이 모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기에 소신껏 마음 편하게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만 최선 다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후러싱제일교회 대책위원회 리더들께도 교회의 입장을 소신껏 말씀하라고 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교회가 신앙적으로 성숙해지고 교인들이 교회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작은 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애도 쓰고 별거 다해도 되지만 큰 일을 앞두고는 오직 하나님이 일 하시도록 인정하고 순종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꼼수 부리거나 장난질 하면 안됩니다. ‘하지 않음으로 함’이란 하나님이 하시도록 내가 뭐 하려고 하는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때로 사람이 뭘 많이 하려고 하면 하나님이 일하지 않으십니다.

비커튼 감독께도 교회의 신앙적 결단을 존중하고 법적으로 정해진 과정을 잘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습니다. 후러싱제일교회 역시 이 어려운 때 가장 신앙적으로 고상하고 신사적인 믿음의 태도로 이 과정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결과를 사람들이 장난질 해서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시시한 사람들 못난짓 한다고 맞상대 해서 같은 수준되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 이와 같은 교단과 교회가 처한 난세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더 열심히 기도하고 말씀 붙잡고 예배 잘 드리고 예수 잘 믿는 것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When we work, we work. When we pray, God works.”(우리가 일하면 우리가 일하는 것이고,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말씀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시는 교인들에게 걱정이 많으면 사탄 마귀가 교회를 만만하게 여겨서 쉽게 들어오니 오로지 예수로 행복하고 감사와 기쁨 가득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하나님 살아 계시고 교회의 주인은 주님이시라는 것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