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뉴욕연회 비커튼 감독께서 후러싱제일교회 교단분리 대책위원회에 교인총회를 못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습니다. 이유는 그동안 분별모임에 교인 전체 숫자에 비해 적은 인원이 참여했고, 분별하는 모임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감독의 파송을 받은 목사로서 이런 현실에서 교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황당함과 억울함을 생각할 때 민망함과 죄송스러움이 큽니다. 교인들은 그동안 교단이 요구하는 것 성실하게 따르고 문화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져도 인내하면서 신사적으로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렇게 된 상황에서 여기냐 저기냐 제 입장을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신앙은 복음주의적이지만 실천은 진보적인 목회를 지향합니다. 이 관심으로 지난 40여년 매주 설교하는 교회 목회만 했습니다. 빨리 은퇴를 하고 클래런스 조단의 코이노니아 농장 비슷한 목회를 마지막 사명으로 삼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목회했으면 이제는 한반도평화통일을 위한 일을 하자는 동지들도 있습니다. 글로벌교단에 동참해 달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연합감리교회 남아서 할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후배들도 있습니다.

동성애 문제를 거론한다면 제게 이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자녀의 아픔이고 소외와 차별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성경을 가지고는 물론이고 유투브 이상한 것 보고 인격과 인권침해 함부로 말하는 것 삼가해야 합니다. 죄에 대해서 저는 모든 육신을 가진 인간은 죄인이라는 것과 그래서 누구나 예수 십자가 보혈의 은혜로 구원받아야 한다는 것이 복음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교단이 이 문제로 수십년 진통을 겪었고 오늘 분리와 갈등의 현실에 처한 것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고 회개해야 할 죄입니다. 나만 잘하고 너는 못했다 하는 것 아닙니다. 무엇보다 교회의 아픔은 주님의 아픔입니다.

저는 요한 웨슬리가 이루려고 했던 진정한 감리교 신앙운동(Methodist Movement)이 실현되는 목회를 계속 할 것입니다.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구원받는 개인의 영혼구원과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회구원이 함께하는 성경적 성결(Biblical Holiness)을 이루는 교회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잃은 영혼을 구하는 복음 증거의 사명과 동시에 동성애자의 인권과 존엄을 지키는 것을 포함하여 어떤 차별도 없애는 선교, 정의평화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는 일입니다.

제 목회의 관심은 누가복음 4:18 예수님 목회선언입니다. 이것이 후러싱제일교회 50주년 목표하는 ‘희년교회’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교인들의 마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지킬 것입니다. 교회를 지키고 세우려는 교인들은 희생과 헌신을 하면서 억울함을 참아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말하고 못된 짓 계속 할 것입니다. 그래도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교회를 지켜야 합니다.

교인총회를 앞두고 이것은 내가 지향하던 목회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담임목사는 배제시키는 교단의 현실이 답답했습니다. 저는 회의를 할 때 ‘의견일치’(consensus building)를 선호합니다. 법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서로의 의견차이를 좁혀 나가 합의를 하고 일치를 하는 의사결정 방법입니다. 찬반투표를 하게 되면 합의와 일치가 아니라 분열과 갈등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콘센서스 의사결정은 편가르는 것에 익숙한 문화가 뿌리내린 교회에서는 힘듭니다. ‘의견일치’ 방법이 가능하려면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성숙함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결정의 목표가 교회를 강건하게 성도를 온전하게 세우는 것이 분명해야 합니다. 교회를 위한 대의가 아니라 사사로운 개인의 소의를 우선으로 하거나 오래된 역기능적 관행을 고집하는 사람들 또한 인간관계를 우선으로 하는 집단이기주의가 강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어렵습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4:24에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여기도 저기도 아니고 오직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림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많이 준 자에게 많이 요구하신다(눅 12:42-48) 하셨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교회는 오늘까지 뉴욕연회 최대 교회로서 거룩한 자존감을 지켜낸 교회입니다. 사도 바울은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로마서 14:8) 했습니다. 교회의 주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여기냐 저기냐가 아닙니다.

어제 오전에 부루더호프 공동체 청년들이 나무로 만든 텃밭 박스를 트럭으로 가지고 와서 교회 주차장에 놓고 퇴비와 흙을 넣어 채소를 심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공동체 박성훈형제가 쓴 ‘이상한 나라 하나님 나라’ 서문에 나오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진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우리 중 아무라도 자그마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뛰어나거나 위대해서가 아니라 자비로운 하나님이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줄 기회를 주셨기 때문입니다.”(13쪽)

그동안 여러분 최선 다하셨습니다. 때로 사람이 뜻하는 것 길이 막힐 때 하나님이 열고자 하시는 길이 있습니다. 아픔과 어려움이 크면 하나님 은혜가 더 크기도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과 하나님의 뜻이 진전되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교회가 되도록 최고최선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