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하나님 주신 절호의 기회입니다.” 오랜 기간 러시아가 쿠바에 식량을 공급해 주어서 먹는 문제는 없었고 교육과 의료가 무료이니 지상 천국이라는 선전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배급이 줄고 병원에는 약이 없는 지경에 이르다 보니 지난 10여 년 수백만 명이 쿠바를 떠났고 기회가 주어지면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쿠바 사람이 미국 영토에 발을 디디면 6개월 후 영주권을 줍니다. 80세가 되신 쿠바 한인 3세에게 꿈이 무엇인지 여쭈니 한국에 가서 사는 것이라 합니다. 왜 그러지 않느냐 했더니 여권을 만들 $150이 없다고 합니다. 매달 나라에서 받는 돈이 $20이니 꿈만 꿀뿐이라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통역을 하는 쿠바 젊은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더니 쿠바를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쿠바 GNP가 거의 만불에 이르는데 일반 국민 한 달 월급은 $30이라고 하니 뭔가 이상합니다. 결국 나라는 돈이 있지만 일반 국민은 가난하게 살도록 만드는 그 나라의 정책이 크게 문제인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공산주의 쿠바가 지상천국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니 복음이 증거되는 최고의 기회라고 선교사님은 말하는 것입니다.
첫날 방문한 교회는 남녀노소가 작은 예배당 가득하고 창문 밖 길가에까지 젊은이들이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느라 열심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 선풍기가 돌아가지만 더운 바람만 나는데 천하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30년 쿠바에 살면서 선교사님이 예배당을 89개 건축했고 수많은 전도와 제자 열매를 이루었습니다. 신학교와 한국학교를 찾아오는 쿠바 젊은이들이 그동안 수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이야 말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전도와 교회 부흥의 기회라고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설교를 하니 그 교회 담임목사와 개척교회 목사들이 여러 명 나와서 어깨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줍니다. 내가 쿠바 말은 모르지만 그들의 기도가 방언이라는 것은 알기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사실 10월경에 가야 했는데 빨리 다녀오려고 7월에 방문하니 햇빛이 너무 강하고 습기가 높고 자동차는 50년도 넘은 에어컨이 없으니 하루 종일 땀을 너무 흘려서 결국 집에 와서는 약 먹고 눕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후러싱제일교회 한어회중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차곡차곡 선교프로젝트가 열매 맺어가는 것이 감사합니다. 쿠바와 같이 삶의 조건이 어려운 곳이 복음이 증거되기 좋은 하나님 주신 기회라는 말을 생각하면 미국에서도 뉴욕이야 말로 세상에서 전도가 가장 어려운 곳입니다. 첫날 방문한 교회가 현재 예배당이 작아서 옆 동네 땅을 구입하고 예배당을 지어야 하는데 그 교회가 30%를 내고 우리가 70%를 내는 계획입니다. 감사한 것은 쿠바 예배당 건축을 위해 헌금을 약정한 장로님이 계셔서 이 귀한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목사가 36세 젊은이인데 교회 개척자들을 세워서 쿠바만이 아니라 브라질 등 선교사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초대교회 원형을 보는 것 같아 도전을 받았습니다.
교회 회복과 부흥은 영적 갈망의 바닥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가난한 심령, 영적인 목마름이 있어야 하나님 말씀이 귀에 제대로 들립니다. 선교사님이 중요한 말을 해줍니다. 쿠바 목사들은 절대로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선교사에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민족적 자존심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자기들의 힘으로 예배당 기초와 사면 벽을 세우는데 까지는 해내고 선교사가 찾아와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감사한다고 합니다. 물론 돈이 있다고 해도 예배당을 쉽게 건축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 허가받는 것이 쉽지도 않고 건축 재료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조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조건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다림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불평을 하면 “여기는 쿠바야”(It’s Cuba)는 말 한마디뿐이라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길가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2-3시간 올 때까지 불평하지 않고 기다린다 합니다. 자동차 연료를 구하려면 운전사들이 하룻밤을 주유소에서 새는 일이 다반사라 합니다. 기다림이 익숙한 것입니다.
쿠바 일인당 연 수입이 만불이나 되는데 실제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일 년에 $400뿐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돈은 누가 어디에 쓰는 것일까요? 일반 시민 소수가 자동차를 소유하지만 대부분 1959년도 쿠바혁명 이전의 것들입니다. 벤츠를 포함한 새 차들이 있는데 모두 국가 소유입니다. 국가 소유라는 것은 공산당 간부들이나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며칠 잠깐 다녀온 사람이 한 나라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나라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군사독재자 밥티스타 대통령을 몰아냈으면 쿠바혁명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냈어야 하는데 미국 때문에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한 현실들을 보았습니다.
제 설교제목이 “Jesu Cristo Libre!(예수 그리스도 참 해방!)”였습니다. 공산혁명이 약속만 하고 지켜내지 못한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찾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