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씨의 ‘세기의 이혼’ 항소심에서 1조 3000억 가량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 일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페북에 그 기사를 올리고 댓글을 달았는데 제 이름이 거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냥 웃어 넘기려고 생각했다가 제가 시카고대학교회를 개척했을 당시 함께 했던 교인들은 물론 누구라도 사실이 아닌 일로 부당한 일은 없어야 하기에 밝히고자 합니다.
1980년대 중반 시카고대학교회를 개척하고 목회할 때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그 학교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성경공부 시간에 가끔 노소영씨의 대학 동기들이 그가 성경공부에 오고 싶다는 말을 했고 저는 단호하게 “독재자의 딸은 안됩니다”라고 말했었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저 역시 목사 안수 받은 지 몇 년 안된 20대였습니다. 그래도 목사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훗날 일찍부터 부부 사이 문제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고 제가 사람의 아픔에 대해 함부로 판단했던 어린 시절 목회를 반성하는 이야기를 설교에 했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노소영씨가 저를 몇 번이나 찾아와서 예배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그랬다는 이야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며칠 전 제 페북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정죄하기엔 세상은 너무 슬프고 미워하기엔 사람은 너무 아프다.” 인생 돌이켜 볼 때 내가 가진 편견과 신념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부로 판단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로 인해 억울함과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었고 내 판단 잘못으로 교회를 어렵게 만들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내 목회 가장 큰 잘못이 사람을 볼 때 내가 좋아하는 점을 일방적으로 극대화해서 본 것입니다. 싫어하는 것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한면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목사를 뽑을 때도 장로를 세울 때도 저는 잘못된 판단을 많이 했습니다. 나의 편견과 신념이 나의 눈을 멀게 했고 생각을 가로막았습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는데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으로 실수했습니다. 원칙보다는 사람의 관계와 정에 이끌리는 잘못도 했고 중심을 보지 못하고 겉에 드러나는 것으로 판단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누가 간을 빼는 말을 하면 금방 넘어가기를 잘했습니다. 시카고대학 목회할 때 학생들 보증 섰다가 어려움 당했습니다. 절대 그럴 일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귀국해 버리는 교인들이 있었습니다. 애틀란타에서 목회할 때 미니밴 한 대만 있으면 돈 열심히 벌어 잘 살겠다고 하던 교인이 있어서 내가 타던 멀쩡한 미니밴을 아내에게 고치지 못해 폐차시켜야 한다고 거짓말하고 그 차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는 차를 팔아 노름하고 부인을 때리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못된 인간이었습니다. 교단 목사 심사 과정에서 탈락된 사람을, 그의 자격을 심사한 교단 엘리트들이 오히려 못된 인간들이고 떨어진 그는 역경을 이겨내는 ‘민중의 아들’이라 여겨 그를 세워주는 큰 잘못을 하기도 했습니다. 세워진 원칙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그래야 하는가보다 여겨 자격이 안되는 사람들을 장로로 세웠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잘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잘못하면 금방 잘못한 것을 깨닫는 것 잘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좋은 은사가 있는데 너무 화가 나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누구를 미워하는 것 오래하지 못합니다. 오지랖이 넓어서 교단일은 물론 교회 바깥 관계되는 일 많이 하지만 내가 배운 목회 기본기는 옛날 목사님들의 것이기에 내가 담임목사로서 지켜야 할 기본을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후회도 많지만, 지난 목회 생각하면 감사와 은혜가 넘칩니다. 내가 못하는 것 교인들이 도와주었습니다. 나의 모자람을 교인들이 품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만큼 좋은 선배 어른들, 친구 후배들 사랑 많이 받은 목사도 드물 것입니다.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이란 글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면, 바로 잊으라.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들었으면, 바로 잊으라. 다른 사람이 험담하는 것을 들었으면, 바로 잊으라. 사소한 일, 심술이나 조롱은 곧 잊어버리라. 다른 사람이 친절을 베풀었으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억하라. 다른 사람을 칭찬할 것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라. 다른 사람과 약속한 것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꼭 기억하라. 도움 받은 일이 있으면 기억하고, 감사함으로 갚으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기억하며, 근심과 고통을 잊어버리고, 용서하고, 소망을 가지라. 선한 것을 기억하라, 진실된 것을 기억하라. 그리고 위의 것을 모두 기억하라. 생각하라. 그러면 진정한 기쁨과 당신을 아끼는 이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Priscilla Leon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