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있는 장례예배 집례를 제가 해야 하는 상황이 있어서 가는 길에 이한수 장로님이 천국을 향해 떠났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로 전날 오후에 병원 들러왔는데 하루도 되지 않아 그리 떠났습니다. 아무리 하나님 마음대로 하시는 것이지만 참 너무 하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한번 살다 가는 인생이라 하지만 보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데려가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다른 도리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 하나님이 이한수 장로는 일어나게 하시리라 기대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따듯한 손 잡은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데려가셨습니다.
제가 손자 자랑 많이 하니까 얼마전에 장로님이 활짝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목사님, 나도 할아버지 되었어요.” 그 손자가 얼마 전 돌이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의대에 들어가 의사 옷 입는 행사가 있었는데 병원에서 아버지를 지키면서 John이 “아버지가 내 첫 환자예요”하는데 얼마나 자랑스럽고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천국으로 부르셨네요.
금요일 장례는 제 아내 언니를 보내는 천국 환송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흩어져 있던 조카들과 손자들이 예배당에 모였기에 설교하면서 그랬습니다. “우리가 나이 먹으면서 철들어가는 때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우리들의 가정에 하나님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천국으로 데려가시는 아픔과 슬픔을 주시기도 하셨지만 없던 아이들이 생기는 기쁨을 하나님이 허락하시기도 하셨다. 오늘 우리가 또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다.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허락하신 지난 시간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제 아픔도 죽음의 두려움도 없는 천국으로 떠나는 여정을 축하하자.”
이한수 장로님은 후러싱제일교회 가장 어린 장로님이셨습니다. 물론 60세를 넘은 할아버지이지만 저로서는 살짝 반말을 해도 되는 마음 편한 장로였습니다. 교회 어떤 일이 있어도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인 생각 무엇보다 교회를 위한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저와 개인적으로 밥은 물론 커피를 둘이서 한번도 한 적 없습니다. 교회 평신도대표인데 단 한번도 어떤 회의를 앞두고 사전에 이야기 한 적 없고 회의 이후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는 있는 그대로 최고인 것을 믿었습니다.
장로님 부인 이은정 권사에게 제가 위로하는 말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직접하셔야 한다고 기도했습니다. 저도 경험해 보니까 이 땅에서의 어떤 아픔과 슬픔도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은혜가 아니면 소용없더군요. 제가 가끔 우리 교회 새벽기도 시간 부르는 “좋으신 하나님 참 좋으신 하나님” 노래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좋으신 하나님이기 보다 정말 이해되지 않고 어떤 때는 참 너무한 하나님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노래 계속 부르는 이유는 다른 것 아닙니다. 그 하나님이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고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장로님에게 “이번에 수술 잘하고 건강 회복되면 앞으로 착하게 살지 말고 무조건 신나게 놀고 행복하게 살아요” 그랬었습니다. 이제 장로님은 천국에서 하나님과 함께 신나게 행복하게 영생 누릴 줄 믿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저도 맥이 놓입니다. 그런데 지난 세월 목회하면서 수도 없이 큰 아픔과 슬픔을 품어내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오직 이런 때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무한하신 사랑과 예수님 십자가 은혜이고 성령의 위로와 힘주심 입니다. 물론 돌아보면 하나님이 붙잡아 주셨습니다.
손자를 데리고 시카고 부모님 묘지에 들렀습니다. “할아버지 엄마 아빠께 인사해라” 했더니 어리둥절해 합니다. 이제 8월에 4살 되는 아이가 죽음이 뭔지 묻습니다. 설명해 줬더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이름은 뭐야?” 묻습니다. 그래서 묘비에 쓰여 있는 이름 읽어주고 묘비명 Sola Fide Sola Gratia(오직 믿음 오직 은혜)를 읽어줬습니다.
‘Only Faith Only Grace’(오직 믿음 오직 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