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례식에서 제 마음에 특별하게 다가온 교인들이 계십니다. 장례 예배 어떤 순서도 맡은 적 없고 왔는지 아닌지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분들인데 언제나 장례 예배 오셔서 가족을 위로하십니다. 많이 고마운 분들입니다. 보통은 잘 알거나 친한 사람들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그분들은 교인의 장례이면 그런 구별 없이 그리하십니다. 교인들도 먹고 노는 일에 집중하고 자기 자신 이익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픈 사람들 위해 기도하고 어려운 사람들 찾아가고 슬픈 사람들 손 잡아주는 일을 잘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 목자의 심장을 가진 교인들입니다.
김환영의 ‘울 곳’이란 시가 있습니다. “할머니 어디 가요? 예배당 간다. 근데 왜 울면서 가요? 울려고 간다. 왜 예배당 가서 울어요? 울 데가 없다.” 속 시원하게 울 수 있는 예배당이 있다는 것 큰 축복입니다. 함께 울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우리네 인생 더 바랄 것 없습니다. 세상 떠날 때 천국 환송을 잘 해주는 교회가 있다는 것 하나님 큰 은혜입니다.
솔직히 결혼 주례를 많이 하던 교회에서 목회하다가 뉴욕에 와서 장례식이 많은 교회 목회를 한다는 것이 초기에는 힘겹게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목회를 해서 그런지 믿음 잘 지킨 교인들 천국으로 환송하는 책임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장례 예배 계속 드리고 가깝지 않은 장지에 다녀오다 보니 심신이 지쳐서 교회로 들어오는 저를 본 장로님이 “아니 이제 하관예배는 부목사들에게 맡기지 그래요” 하십니다. 그래서 “장로님, 제가 할 수 있으면 그것 만큼은 제가 해야죠” 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섬겼던 교회 권사님이 세상을 떠나셨는데 따님이 제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머니를 모르는 목사님이 장례를 집례했습니다. 내 마음이 아팠어요.” 그 권사님이 막내아들 천국으로 보내고 돌아오는 날 저에게 약속하라 하셨습니다. 자신 떠날 때 장례 책임져야 한다고 하셔서 굳게 약속했었습니다. 그러나 떠났기에 약속 지킬 수도 없었지만 그 교회가 어려워지다 보니 교회를 위해 모든 것 희생하고 헌신하신 남편 장로님은 물론 권사님 천국 가시는 길에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아 많이 죄송했습니다.
교회 묘지가 있는 동네 이름이 Mt. Sinai(시내산)입니다. 그리고 교회 묘지 이름이 ‘약속의 땅’(Promised Land)입니다. 참 평화로운 땅입니다. 그렇게 한동안 무덥고 비까지 내렸었는데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사랑하는 이들의 몸은 땅에 묻고 영혼은 천국으로 보내는 날들은 비도 그치고 날도 선선하고 일찍 가서 그 땅에 묻힌 교인들을 돌아보는데 새소리가 어찌 그리 크고 아름다운지 정말 ‘약속의 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부루더호프 공동체를 방문했을 때 박성훈 형제가 가장 귀한 곳을 보여주겠다고 데리고 간 곳이 그 공동체의 묘지였습니다. 꽃이 만발하고 그 땅에 묻힌 성도들의 사진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큰 책이 있어서 그들을 기억하는 사랑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공동체는 결혼식은 물론 중요한 회의를 할 때는 그 묘지에서 한다고 합니다. 그 묘지가 천국이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미국 옛날 교회들 보면 예배당 옆에 묘지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믿음으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의 하나님이 되신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 삶에 천국으로 먼저 떠난 사랑하는 이들이 이 세상에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과 믿음 안에 생생하게 사랑으로 남아있고 살아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주일 예배도 지상의 성도와 천상의 성도가 함께 예배 드린다는 것 생각하면 그 어느 것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끊을 것이 없다고 외친 사도 바울의 신앙고백이 실감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