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일 오후에 단기선교팀이 온두라스에 갑니다. 얼마 전 어느 선교기관 대표가 어떤 원칙을 가지고 선교하는지 묻기에 “그냥 제가 신뢰하는 선교사가 부탁하면 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선교사의 기준은 첫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정직한 사람입니다. 온두라스 권영갑 선교사가 몇 년 전 전화를 했습니다. “나 선교하는 거 보러 안 와요?” 온두라스에 좋은 게 뭐가 있냐고 물었더니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 나이에 고생스러운 나라 가는 거 힘들다고 했더니 “아이고 참. 나는 여기 10년 있는데 내가 선교하는 것 보러 며칠 오라는데 너무 하네” 합니다. 가보니 정말 제가 3~4일 넘어 있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권영갑 선교사는 자기는 교단 파송 선교사 은퇴하고도 그 곳에서 선교하겠다고 합니다. 사는 환경은 힘들어도 어린이들에게 태권도와 한글을 가르치며 꿈을 키워주고 교회를 세우고 목사들을 훈련하는 일이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고생 그만하고 이민교회 돌아와서 목회하라고 몇 번 얘기했는데 오히려 나에게 그만 선교지에 와서 살라고 합니다. 행복한 선교사가 진짜입니다.
그리고 선교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대신해 주는 선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선교이어야 합니다. 단기선교의 부정적인 면은 며칠 동안 동네 시끄럽게 행사를 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뭔가를 주고 받는 관계를 설정하고 선교지 사람들은 언제나 뭘 받는 것 기대하는 인간들로 남아야 하고 어쩌다 가는 단기선교팀들은 3~4일 대단한 전도와 선교의 영웅이 되는 것 같은 일 없어야 합니다. 건강한 선교는 상호존중의 원칙으로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잘못되면 제국주의적 선교를 하여 선교지 사람들을 식민지화 하게 됩니다.
선교지 사람들을 존중하고 구체적으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 선교사가 참 귀합니다. 며칠 전에 필리핀 깜덴 빈민 지역에서 27년간 교회를 세우고 목회하는 홍성욱 목사가 교회 이름을 ‘깜덴 나눔 교회’라고 변경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빈민촌 사람들을 전도해서 십일조 내는 훈련을 시켰고 빈민촌에 사랑의 나눔의 열매들이 조금씩 나오는 행복을 본다고 합니다. 십자가는 나눔이고 나눔 속에 부활이 잉태되는 것이니 그것이 깜덴교회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이제는 교인들이 믿고 자부심을 가지게 되어 교회 이름도 그렇게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 번 간다고 말만하고 가지 못했기에 9월 한국에 가는 길 이틀간 들리겠다고 하면서 필요한 것 없느냐 했더니 이렇게 답을 보냈습니다. “절대 빈민과 상대 빈민을 구분해서 다르게 선교합니다. 절대 빈민은 무조건적으로 죽지 않도록 구제하고 도와주어야 하고 상대 빈민들은 자존감을 세워줘서 하나님 안에서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고 대우해 주는 선교를 합니다. 그동안 공부할 수 있도록 80명 장학금 주어 40명이 대학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게 되어 이제는 그들이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냥 오세요.”
홍선교사는 저를 여러 번 만났는데 단 한 번도 무엇이 필요하다는 말을 안 합니다. 가만히 보니 제가 자기 선교하는 것을 보고 뭔가 깨달아 목회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당당한 자존감을 가진 선교사를 존경합니다.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십자가 나눔과 부활의 잉태를 보고 미국에서도 그렇게 목회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단기선교가 귀한 것은 선교지에 가서 배우는 경험입니다. 돈이 없는 빈곤만이 빈곤이 아니고 마음과 영의 빈곤 그리고 감사와 기쁨의 빈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교지에 가는 것은 뭔가 줄 것이 많은 사람이라 없는 사람들에게 주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 가운데 이미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의 역사를 보고 겸손히 배우려는 것입니다. 그 땅에 뿌리 내리고 사는 선교사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단기선교를 확장하고 강화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에 사는 우리들을 위해서 입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는 많은 잘못된 인생관과 가치관이 있습니다. 저는 30여 년 전에 처음 아이티에 가본 후 아이티 선교는 미국의 회개를 위한 선교라고 여깁니다. 아이티에 가보면 지난 역사 속에서 미국이나 유럽이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는지 배우게 됩니다. 아이티는 노예가 독립을 이룬 최초의 나라였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이 그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군대를 보내 짓밟았습니다.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외국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티 사람들이 하루 $1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하자 미국 해병대가 들어와 그 대통령을 납치하고 쫒아냈습니다. 아이티에 가면 새벽부터 어둔 밤까지 여자들이 머리에 무거운 바구니를 이고 장사를 다니는 모습을 봅니다. 정말 열심히 살려고 몸부림칩니다. 그 사람들이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닙니다.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랜 독재와 부패한 정권으로 인해 나라의 바닥이 무너져서 아무리 살려고 애를 써도 안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갱단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합니다. 그런 현실이지만 여전히 아이티 선교에 소망을 갖는 이유는 미국에 난민으로 오고 이민 와 사는 아이티 교회들이 부흥하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아이티에 교회를 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이 가진 역사의 죄가 있지만 미국이 받아들인 난민과 이민자들이 세운 교회들이 부흥하면서 아이티를 위한 선교를 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큰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뉴욕이 최고 선교지입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 뉴욕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난민들이 사는 길에 도움을 주고 우리들이 예수 잘 믿어서 잘 전도하고 선교하는 것이 예수님 말씀하신 땅 끝까지 선교하는 일에 쓰임 받는 길입니다. 선교는 주님이 주신 지상명령입니다. 그래서 진짜 잘해야 하고 제대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