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일 떠나 필리핀 홍성욱 선교사가 목회하는 깜덴 교회를 방문하고 목요일 한국으로 들어가 금요일부터 열리는 한국기독교협의회 10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 참여합니다. 깜덴 교회는 마닐라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빈민 지역입니다. 홍선교사가 27년간 교회를 세우고 빈민촌 교인들을 잘 훈련시켜서 선교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빈민촌 개척 시작부터 십일조 훈련을 시키고 청소년들을 제자 훈련 잘 시켜서 그 교회 젊은이들 40명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정도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그냥 오라고 하는 것을 보고, 와서 선교가 무엇인지 배우라고 하는 의미라 생각하고 갑니다.
10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는 세계교회협의회를 위시하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파트너가 되었던 교단과 단체 대표들이 참가합니다. 저도 금요일 저녁 한신대에서 열리는 패널에서 발표를 합니다. 이런 모임 참여는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 이런 모임에는 저와 같은 목회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교단 리더들이나 평화 문제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전문가들이 많은데 내가 한반도평화에 대한 이야기 하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어색해 졌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진작 뒤로 물러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하여 ‘예수 잘 믿기 QT365’ 묵상집 출판을 의논하려고 합니다. ‘건강한 신앙, 건전한 신학, 건설적 실천’을 담아내는 묵상집을 만든다고 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 두 달여 쓰고 있는데 진도가 생각보다 느립니다. 그런데 무척 보람이 있습니다. 성경 전체와 신앙생활에 필요한 내용들을 담아내려고 글을 정리하면서 나 자신에게도 공부가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감동도 받고 있습니다. 책이 잘 만들어져서 우리 교인들이 말씀 묵상과 말씀 실천이 생활화되는 일에 쓰임 받기를 기대하면서 기도합니다.
사실 회의가 끝나면 동해안이나 남해안 이틀이라도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싸다고 서울에서 좀 떨어진 병원에 종합검진을 예약했고 제가 목과 허리가 구부러졌다고 세브란스 병원에도 예약을 했습니다. 놀았으면 좋겠는데 안될 것 같습니다. 떠나오는 날은 당연히 장인 장모님 모신 남양주에 있는 산에 들른 후 공항으로 가야 합니다. 언제나 한국 떠나는 날은 공항 가는 길에 옛날 애틀란타 시절 함께 목회했던 부목사들과 송도에 있는 식당에서 해물찜을 먹습니다. 20여 년 전 교회 부흥시킨다고 난리를 치면서 고생 많이 시켰는데 그 당시 부목사들이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서로 가깝고 저에게도 잘합니다.
목회 말년에 이르니 허망한 생각과 헛된 몸짓을 안 해도 되니 좋습니다. 별 중요하지 않은 것을 대단한 것처럼 난리쳤던 시절들이 우습기도 합니다. 남에게 잘 보여야 하고 남보다 똑똑한 것처럼 잘난 체해야 하는 부담도 없어 좋습니다. 아니기도 하고 이제는 안되니까 오히려 자유로워 좋습니다.
요즘 제 기도는 우선 아픈 교인들 치유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내년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참된 ‘희년 교회’가 되도록 기도합니다. 묵상집 잘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필요한 사역자와 덩어리가 큰 이 교회 책임질 리더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어지는 축복인지 하루하루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도 좋고 감사합니다. 새벽기도 전 하나 집어넣고 내려서 마시는 커피가 참 맛있습니다. 새벽기도 설교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새벽기도 끝나고 먹는 아침은 꿀맛입니다.
필리핀 빈민 지역 깜덴 교회 방문을 통해 선교에 대해 잘 배우고 다음 주에 열리는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세계 교회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파트너가 되는 좋은 열매가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