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는 수요일까지 뉴욕목사회가 주관하는 종교개혁지 여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례라고 하려면 몸과 마음이 예수 십자가에 집중되어야 하는데 거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행이라고 합니다. 매일 배정받는 버스 좌석이 좀 편하기를 바라고 뭘 먹을 것인지 궁금하고 단체 여행이니 꼴 보기 싫은 사람도 없지 않고 2성급 모텔에 대한 불평… 이런 생각 없지 않은 수학여행입니다. 그래도 저는 단체여행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후 작년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 인지라 행복합니다. 내가 책임질 것은 내 몸뚱어리 하나하고 가방 뿐이고 인솔자가 앉으라 하면 앉고 서라 하면 서고 깃발 따라 움직이면 되니 마음 편합니다.
지난 3일간 타락한 서방 가톨릭교회 개혁을 위해 생명 바친 얀 후스(Jan Hus)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지를 보고 내일부터는 장로교의 시조인 요한 칼빈(장 깔뱅)을 찾아갑니다. 저는 1981년도에 연합감리교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전도사 시절부터 보스톤한인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철저한 칼빈주의자이셨던 홍근수 목사님은, 인간의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신학적으로 아미니안(Arminian)인 제가 설교를 하고 난 후면 항상 호되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설교자는 자기 자신을 잊고 오직 하나님 말씀만 대언해야 하는데 어찌 김목사는 울고 웃고 감성에 너무 빠진다. 칼빈은 예배 시간 벌이 날아와 물어도 아픈 기색 내지 않고 설교에 집중하라 했다. 강단에 서는 순간 너는 너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자(messenger)라는 것 명심해라.” 홍목사님은 서울법대 출신이자 신학적으로 최고 지성을 갖춘 목사님이셨는데 20대 초반 동서남북을 잘 분별 못하던 저를 목사 만드시느라 무척 애쓰셨습니다.
사실 저는 목회 입문을 장로교에서 한 것만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장로교 목사이셨고 아버지도 신학 배경이 장로교이셨지만 미국에서 매 주일 성만찬을 하는 ‘제자회’ 목사이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가 미국에 계시는 동안 감리교회에서 자랐고 신학공부를 미국 감리교 최초 신학교인 보스톤신대원에서 했습니다. 저는 장로교나 감리교 모두 편하고 좋습니다. 교회 운영 시스템은 감리교는 감독제이고 장로교는 장로 정치제로 현저하게 다르지만 신학적으로는 차이점이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칼빈의 5가지 ‘Sola’가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그리스도(Sola Christus),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하나님 영광(Sola Deo Gloria)”이고 칼빈의 TULIP으로 불리우는 5대 강령은 “인간의 완전한 타락(Total Depravity),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택(Unconditional Election), 제한된 속죄(Limited Atonement), 저항할 수 없는 은혜(Irresistible Grace), 성도의 견인(Perseverance of Saints)”입니다. 요한 웨슬리가 칼빈주의자들에게 이단으로 몰리며 신학논쟁을 한 쟁점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택’ 예정론에 대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지옥과 천국으로 구별하셨다는 것은 좋으신 하나님의 품성에 어긋나기에 웨슬리는 ‘만민구원론’을 주장하며 인간의 ‘자유 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웨슬리가 이 주장을 하게 된 것은 칼빈보다 400년 후 일어난 영국 산업혁명 후 귀족화된 영국 교회가 세상에 버려진 지극히 작은 자들에 대해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예정론이 잘못되면 지옥 갈 인간들에게 전도와 선교 필요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웨슬리는 그런 천박한 예정론에 대해 반박한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순방하면서 느끼는 것은 교회를 둘러싼 동네의 절제와 규모가 있는 아름다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웅장한 예배당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교회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기획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방문하지 못했지만 칼빈이 제네바를 ‘하나님의 도시’로 만들려고 꿈꾸었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요한 웨슬리는 철저한 성서적 성결로 생전에 성화에 이를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는 ‘비슷한 크리스천’(Almost Christian)이 아니라 ‘온전한 크리스천’(All Together Christian)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칼빈은 실제적으로 이 세상에서 하나님 말씀이 중심 된 하나님의 도시를 세우려고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참된 크리스천들이 리더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웨슬리나 칼빈이나 교회가 세상과 단절한 집단 되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교회와 민족이 참된 하나님 나라 가치관을 가지도록 선거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