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저는 스위스 취리히 한인사랑교회 집회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하면 어린 시절 요들 송과 에델바이스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이 떠오르고 요즘은 ‘사랑의 불시착’ 연속극이 생각납니다. 스위스는 경제적으로 세계 최고이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물론 중립국인지라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아주 잘 사는 나라입니다. 스위스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보니 정확한 시간 관념, 다문화와 다언어주의, 개인의 사생활과 공간 존중, 질적인 우수성을 중요시하고 시민정신과 준법정신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라 합니다. 집회를 인도하는 입장에서는 문제가 많고 어려운 곳이 영적인 갈망이 크기에 수월한데 조금 부담스러운 조건인지라 담임인 김용진 목사님에게 교회 상황을 물어봤더니 이렇게 말씀합니다. “스위스의 삶이 풍요롭기는 하지만, 배타적인 스위스의 문화나 환경으로 인해 교인들의 삶은 다소 위축되고, 모든 이민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이방인으로서 내적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와 생활 조건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지만 이민자들이 가지는 ‘이방인의 내적 고단함’이라는 말이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집회 장소는 알프스 산이 보이는 유명한 관광지인 인터라켄 (Interlaken)에 있는 수양관입니다. 스위스에 오면 꼭 찾아간다는 만년설 Jungfrau의 절경이 제가 머무르는 방 앞에 펼쳐집니다. 알프스에서 보아 그런지 해와 달이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집니다. 뉴욕에 와서 맨하튼 고층 건물의 숲이 눈앞에 가깝게 들어올 때 느꼈던 놀라운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달빛에 비치는 알프스산맥 알파인을 늦은 밤 깨어 경이로움에 빠져 보았습니다.
취리히 한인사랑교회는 300여 명 동포 가운데 거의 100명이 참석하고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이 많은 교회입니다. 제 설교를 독일어로 동시통역하면서 스위스인 교인들이 새벽기도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주일학생들과 청소년을 위한 집회가 따로 열리면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있는 젊은 목사님이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유럽이 재미나는 것은 국가는 다르지만 기차를 타고 뉴욕에서 보스턴이나 워싱턴 오가는 것처럼 국경의 개념이 없이 쉽게 다니는 것입니다.
지난 주일 주보에 ‘스위스 취리히’라고 하지 않고 ‘취리히’라 한 것은 스위스에 간다고 하면 아주 먼 환상적인 나라에 가는 것 같아 교인들에게 죄송해서 그랬습니다. 사실 작년 가을 목회협력위원회에서 제가 뉴욕에 온 지 10년이 되니 3개월 안식월(spiritual & personal renewal)을 결정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3개월 어디를 간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라 조금씩 나누어서 휴가와 더불어 쓰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집회가 끝나고 며칠 휴가를 한 후 금요일에 뉴욕으로 돌아갑니다.
취리히는 스위스 종교개혁자 쯔윙글리가 목회한 곳입니다. 매시간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온 도시에 울려 퍼집니다. 쯔윙글리는 교회의 조각들과 장식들을 제거하면서 가톨릭의 흔적을 교회에서 철저하게 배제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서는 휘황찬란한 가톨릭 성당들이 관광 명소인데 취리히는 예배당들이 검소와 절제가 있고 장식물이 거의 없습니다. 쯔윙글리가 목회한 그로스민스터 교회 출입문에는 십계명,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내용이 새겨져 있고 문 위에는 창세기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말씀이 있고 문 밑에는 예수님 재림을 기다리는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올해 창립50주년을 맞이하면서 후러싱제일교회 예배당과 건물 전반에 어떤 것들이 새겨지고 세워져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알프스 산상에 며칠 있어보니 뉴욕의 후러싱과 너무나 다른 자연환경입니다. 그렇다면 후러싱제일교회가 있어서 후러싱이 어떤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가진 동네가 되도록 할 수 있을지도 기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