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상이 있는 권사님이 저녁에 잠시 바깥바람 마신다고 나가 들어오지 않아 남편 장로님이 10시간을 찾아 헤매셨다고 합니다. 기적적으로 찾았는데 권사님은 넘어지셔서 한쪽 얼굴뼈가 주저앉았습니다. 권사님 손을 잡고 기도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밤새 집을 찾아 헤맨 그 긴 시간, 넘어져 다쳤어도 도와 줄 사람 없는 어두운 밤, 권사님 얼마나 두려웠을지 그리고 장로님은 권사님 찾아 밤새 헤매실 때 얼마나 불안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장로님께 “교회에 연락을 하시지 그랬어요?” 했더니 “괜찮아요” 하셨습니다. 권사님께 “얼마나 아프셨어요?” 했더니 역시 “괜찮아요” 하시는데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 주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교인들 아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연세 드신 교인들 넘어져 다치시는 일들이 늘어납니다. 암으로 불안해하는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며칠 전 제가 전에 섬겼던 교회 권사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9월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라그랜지 교회 집회 인도할 때 2시간 넘게 운전하고 와서 권사님과 남편 장로님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애틀랜타에서 목회할 때 가장 어린 장로였고, 부부가 건강하고 늘 명랑했습니다. 10년 만에 만나 사진을 찍는데 권사님이 내 팔짱을 끼고는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장로님에게 “아니 젊은 장로 머리가 왜 이리 하얗게 되었어?” 했더니 가만히 웃기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에게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났고 권사님 갑자기 문제가 발견되었지만 이미 늦어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소식을 전해주는 분이 “목사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어요?” 애통해 웁니다.
제가 마음이 강한 사람인데 지난 주간 참 힘들었습니다. 교회 비전 2030 세우는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교회가 어떻게 다시 부흥을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간 아픈 교인들을 생각하면서 그런 것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왠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설교 내용이 흉악한 귀신 들린 딸을 고치려고 예수님을 찾아온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설교를 준비하다가 교인들 아픔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중보기도 제목을 올리지도 못하고 혼자 아파하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청년들 마음의 병, 중년들 암, 노년에는 자주 넘어져 다치고 치매…어렵고 아픈 사람들이 많아 기도를 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감당해야 하는 아픔의 정도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많이 말해왔던 “혼자 아파하지 맙시다”는 말에 교회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교인 모두가 함께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를 위해 기도할 때 성령이 도우실 것입니다.
얼마 전 내년 7월 창립 20주년이 되는 교회 목사가 부흥회 인도를 부탁하기에 그 목사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치매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작은 도시 한인들이 별로 없는 지역이고 젊은 교인들 없고 그동안 교회를 지켜온 교인들은 고령화 되었다고 하면서 교인들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그런다고 합니다. 젊은 40대 초반이고 총학생회장 출신이고 여러모로 능력이 출중한 목사이기에 대도시에 나와서 교회 크게 부흥시켜 보겠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 말이 무척 고마웠고 큰 도전이 되었습니다.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교회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