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김정호

이번 주말에 메모리알데이 미국 현충일이 있습니다. 제가 애틀란타에서 목회했던 동네는 현충일에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군인들에 대한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었습니다. 교회 가는 길에 보면 작은 하얀 십자가에 이름과 어느 전쟁에서 전사했는지 적혀있고 큰 성조기가 십자가마다 꽂혀있었습니다. 2차대전, 베트남전쟁도 있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군인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곳을 지날 때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베트남전쟁이 잘한 전쟁이냐? 아니냐? 한국전쟁이 북한 인민군이 밀고 내려온 남침이냐? 아니면 미국이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북침이냐? 이런 논쟁과 무관하게 이 땅의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쳤다는 그 자체에 경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오래전 제가 섬기던 교회 교인이던 애틀란타 김성엽총영사님과 식사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코리언 어메리칸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다가 식사를 하던 사람들 간에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에서는 미국에 살고있으니 무엇보다 영어를 우수하게 잘해야 하고 미국주류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다른 한쪽은 그래도 코리언 어메리칸이면 한국어를 잘해야 하고 한인의 얼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꼭 서로 반대되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조하는 내용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김성엽총영사께서 “우수하면 무엇하나요? 자기의 뿌리도 모르고 동족도 모른체 하면서 성공하면 무엇합니까?”라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하지만 미국을 살아가는 이민자된 우리들이 때로 방향을 잃고 분명한 목적없이 성공과 출세를 위해 달음질 치는 경우가 많은데 신선한 감동과 도전을 주었습니다.

애틀란타에 살 때는 교회가 차지하는 영향력때문에 동네 미국사람들 행사에 불려가서 기도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한번은 대한민국과 미국 재향군인회 합동 6.25참전용사 초청 만찬을 교회에서 했는데 미국국가를 부를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성조기를 바라보는데 가슴이 찡하더군요. 내가 미국시민이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에 경례하는 순서에서 눈물이 쏫아졌습니다. 미국시민이 된지 40년이 넘었지만 어쩔수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애국가는 뼈속에 담겨있는 모국의 노래이기 때문이기에 그렇고 미국국가는 커서 배운 머리에 담겨있는 노래이기에 그랬나 봅니다. 사랑할 나라와 민족이 있다는 것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충일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이 없으면 사람들은 정말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 되는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구약성경에도 보면 출세한 에스더왕비에게 유대민족의 고난의 역사가운데 민족을 구원하는 일에 위해 쓰시려고 하나님이 그녀를 왕비로 만들었다고 삼촌 모르두게가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성공과 출세도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일을 위해 쓰임받아야 축복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현충일 올해 첫 연휴이니 잘 쉬고 신나게 즐기시기 빕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생명바친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는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