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력 본문에 보면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에게 헤롯 왕이 죽이려 하니 도망가라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자신은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누가 13:33) 어제 새벽기도 말씀에 보니, 터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가라 하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찾겠다고 하였습니다.(시편 11) 오늘 우리의 삶에도 때로 터(foundation)가 무너지는 것 같은 현실이 있습니다. 이런 때 교회는 더욱더 해야 할 일을 하고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 이 시대 교회가 직면한 문제 해법을 제시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커피숍도 운영하고 어린이 도서관도 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이런저런 ‘대안적’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안’이 아니라 교회가 지켜내야 할 본질과 본업을 잘해야 된다고 했습니다. 제 3-40대 목회 다른 교회들에 비해 그런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잘했지만 예수 잘 믿고 예수 제자 되는 본질적 목회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간 어느 모임에 가니 대한민국 시국에 관한 이야기로 목소리들이 높았습니다. 교회가 나라 돌아가는 일에 무관심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나랏일이 자기 삶의 현실과 직결되니 그럴 수 있지만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소모적인 찬반 논쟁하는 것이 무슨 영향력이 있느냐 지금 교회들이 어려운데 교회 살리는 이야기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보면 자기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일수록 딴짓을 잘합니다. 현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허망한 관심으로 바쁩니다. 복권 판매라는 것이 나라가 운영하는 합법적인 도둑질인데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저소득층입니다. 아이들 우윳값이나 아파트 렌트를 가지고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것입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헛된 희망과 가상의 세계 속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복권 판매와 카지노가 집중적으로 광고를 하는 지역이 저소득층과 노인이 많은 동네입니다. 행여 종교도 현실 도피 아편이 되는 일 없어야 합니다.
1980년대 초반 보스턴대학에서 아시안캠퍼스목회를 할 때 곽노순 목사님을 강사로 모시고 집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기대한 것은 집회를 통해 역사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이 군사독재를 반대하고 민주운동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주제로 공부하러 왔으면 공부 잘하는 것이 애국이라 하셨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곽목사님과 절친이셨던 홍근수 목사님이 강사가 주최측 의도에 반대되는 강의를 했다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곽목사님이 “미국 대학 공부가 얼마나 어려워. 지금 저 친구들 자기들 조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분노하느라 공부하기가 어려울 꺼야. 난 저 젊은이들이 학위 잘 마치고 대한민국에 돌아가서 어른들이 망가뜨린 나라 바로 세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하셨습니다.
몇 주 전에 젊은 목사들이 찾아와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에 교단 돌아가는 것 신경 줄이고 설교 잘하고 새벽기도 열심히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몰려다니는 일 적당히 하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 간다고 하신 것은 하나님 나라 선포, 귀신 쫓아내고 아픈 사람 병 고치는 일, 그리고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요즘 보면 교회가 이래야 하고 나라가 저래야 한다는 원론은 많은데 세우고 살리는 본론이 없는 것을 자주 봅니다. 본론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기 위해 땀 흘리고 수고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교회가 살고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 사명 감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