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이 되면 우리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떠올립니다. 그날 예루살렘에는 두 개의 행렬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말을 탄 로마 군대의 행렬로 힘과 권력, 지배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귀를 타고 들어오시는 예수님의 행렬이었습니다.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는 로마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높고 강한 말 탄 왕’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은 시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전히 나귀를 타고 오십니다. 십자가는 실패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십자가가 세상을 바꾸는 하나님의 방법이었습니다.
고난주간이 되면 종교 행사로 바쁜 것에 익숙해지는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종교적인 인포메이션을 너무 많이 알고 있고 예수님 십자가 이야기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십자가가 “나를 위한 구원의 사건”이 아니라 “잘 아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오랜 세월 목회를 하면서 수많은 예배와 설교 속에 있었지만 웨슬리가 추구했던 성화의 길에 얼마나 들어섰는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성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수십 년 신앙생활을 했다면 언행이 천사 비슷하게 되고 얼굴과 삶에서 예수의 향기가 드러날 것 같은데 얼마나 그럴까요?
고난주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격적인 십자가 체험입니다. 십자가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믿음이 아니라 십자가가 나를 향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믿음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 감당해야 할 십자가를 맡기셨습니다. 교회에도 시대를 향한 십자가가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것, 복음을 전하는 것, 고통 당하는 이웃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나귀를 타신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 앞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삶을 내어드리는 고난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