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이나 선거철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시스템은 민주주의가 가장 좋습니다. 기독교 현실주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정의(正義)를 지향하는 인간의 가능성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고, 불의(不義)로 향하는 인간의 경향성은 민주주의를 필요로 한다” 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 형상을 가지고 창조되었지만 뱀의 유혹에 넘어가 하나님 명령 불순종한 원죄를 동시에 가지고 존재합니다. 그래서 어느 개인은 물론 집단도 절대적 진리를 독점하면 안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참여해야 합니다.

헤겔의 변증법에서 말하는 정반합이란 서로 다른 생각이 투쟁하고 교류하면서 융합되어 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제시합니다. 그 어느 것도 절대적인 ‘정’(thesis)으로 고정되면 발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antithesis)을 만나 발전하는 단계가 ‘합’(synthesis)입니다. 그래서 대화와 만남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공존과 상생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차이점을 극소화하고 공통점을 극대화해서 상호 존중과 합치를 통한 발전을 이루어야 가정이나 교회나 나라와 민족도 살 수가 있습니다. 차이점이 극대화되면서 끊임없는 분열과 파괴가 계속되면 집안이나 나라는 망합니다. 민주주의는 이 원칙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오늘 교회력 본문에 보면 예수님은 세상 최고 이상적인 시스템인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차원의 그 무엇을 제시하십니다. 헬라인(그리스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예수님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요한 12:23) 하셨습니다. 저는 미국인 교회나 여러 인종이 모이는 모임에서 설교할 기회가 있을 때 이 본문을 많이 씁니다. 자기만 아는 배타주의나 차별 문화는 그래서 모자라는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는 말도 하고 미국은 여러 인종과 민족은 물론 문화와 종교가 다양하게 만남을 통해 복 받은 나라가 된다는 말도 합니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 성숙해 집니다. 백인과 흑인, 남과 북, 동과 서가 만남으로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고 하시고는 바로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12:24) 하십니다. 너와 내가 만나 합을 이루는 세상을 뛰어넘어 땅에 떨어져 죽어야 사는 하나님 나라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예수님이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어느 날 집 앞 경원선에 기차가 지나가는데 존슨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기차 문을 열고 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어 육군사관학교를 가야겠다 꿈을 꾸었습니다. 중학생 때 영웅이 강재구 소령이었습니다. 부하를 살리기 위해 수류탄을 끌어안고 장렬히 전사했던 군인입니다. 내 시대 대한민국 교육의 핵심이 반공이었기에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애국적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민족정신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닌 덕에 김구 선생님과 같은 독립운동한 어른들을 존경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대학생 때 영웅은 인권 투쟁의 사도 마틴 루터 킹 목사였습니다. 그래서 킹목사님이 다닌 신학교를 1979년도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다음 해에 한국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 나름대로 인권, 민주, 정의 평화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고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한국에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민주주의가 시작된 이후 저는 한국 정치에 관심을 의도적으로 내려놓았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에 세금도 내지 않고 투표권도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시민으로 미국에 세금 내고 미국 선거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목사의 우선적 과제는 자기 목회입니다. 교회 밥 먹으면서 딴 짓을 주로 하는 것 정직하지 못합니다. 목사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교회 강단을 통해 지지하는 것은 목사가 지켜야 할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고 양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념과 사상을 초월해야 합니다. 모든 죄인이 와야 하는 곳이고 누구나 예수 믿으면 구원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연합감리교회로서 성경과 ‘사회원칙’(Social Principle)에 따른 정의 평화를 위한 일에는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을 해야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 정치에 관여하는 직접적인 발언은 말로도 글로도 안 합니다. 내 몫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관심은 예수님입니다. 그분이 한 알의 밀알이 되야 한다고 하시는데 내가 떨어져야 할 땅과 죽어야 할 사명을 생각할 뿐입니다. 그분이 사마리아로 가야 한다고 하시니 가려고 하는 것이고 지극히 작은 자들이 존중받는 하나님 나라 이루는 일에 쓰임 받는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웨슬리가 제시하는 “본질에는 일치, 비 본질에는 자유, 모든 일에 너그러움(사랑)” (In Essentials Unity, Non-Essentials Liberty, All things Charity) 원칙을 지키면서 목회하는 것입니다. 어렵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물론 교회(교단)도 이념적 극단화로 치닫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땅에 떨어지는 밀알 됨이 큰 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