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태국 치앙마이 선교지를 방문하고 1890년도에 채택된 네비우스 선교 정책(Nevius Methods)의 ‘3자 원칙’을 생각했습니다. ‘3자 원칙’은 자립(Self- Support), 자치(Self-Government), 자전(Self-Propagation)입니다. 이와 더불어 네비우스 정책의 핵심은 성경공부이고 성경에서 배운 것 생활 실천이 있어야 자립 자치 자전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한국 교회 부흥의 바닥에는 3자 원칙에 따른 한국인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 스스로 복음을 전파하는 자전, 처음부터 자립하는 교회로 자리매김이 되었습니다. 선교사들은 이렇게 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 것입니다.

라오 산족 교회를 방문해 보니 그 마을 200여 명 전원 모두가 교인입니다. 불교 국가 미얀마에서 핍박받고 있는 카렌족과 마찬가지로 라오족은 다수가 기독교인들입니다. 한국 서울신학대학에서 공부한 죤 위락 담임목사의 꿈을 물으니 아직도 산에서 열악한 환경 가운데 살고 있는 라오족 어린이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을 가까운 곳에 땅이 나왔는데 구입해서 50여 가정이 산에서 내려와 살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동해 도울 길을 생각하는데 미주기아대책 사무총장 정승호 목사님이 “라오족은 미전도 종족이 아닙니다. 한국보다 더 비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습니다” 합니다. 열악한 현실이지만 이미 복음이 증거되어 목사들이 많이 배출된 종족이니 자립 자치 자전의 원칙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수년 전에 가난한 나라 여성들을 성매매에 팔리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자립과 존엄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돕는 선교를 위한 지정 헌금이 들어왔습니다. 헌금을 하신 장로님 따님이 ‘위안부’로 끌려가 성노예가 되어야 했던 2차대전 당시 동남아 여성들의 고난을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과거 고난과 고통의 역사가 오늘날도 가난한 나라 여성들에게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국 관계자들과 캄보디아를 방문해서 알아보기도 했는데 이런 목적으로 선교센터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후러싱제일교회가 지속적으로 선교의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 중요합니다. 예배당이나 선교센터 세워놓고 방치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선교 프로젝트를 지속 시켜나갈 인적자원과 신뢰할 수 있는 합법적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치앙마이에서 18년 사역한 기아대책 파송 이경훈 선교사님이 후러싱제일교회의 비전을 소명 받아 사역할 선교사를 보내지 않고 선교센터 세울 생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선교전문가들은 선교 후원을 잘못하면 선교에 방해가 된다고 충고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잘못 쓰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선교의 3 D가 있습니다. 첫 D는 대화(Dialogue)입니다. 대화는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존중은 물론 서로 배우는 과정입니다. 돈이나 힘 있는 사람들이 함부로 무례한 일 하면서 선교한다고 하는 것을 제국주의적 선교라고 합니다. 두 번째 D는 예수 가르침의 열매와 향기가 있는 삶을 보여주는 모범(Demonstration)입니다. 세 번째는 하나님 나라를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내는 건설(Development)입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주고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 현장의 필요를 잘 파악하고 존중하고 예수님 가르침의 가치관 실천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세워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번 선교지 방문을 통해 생각한 것은 진정 건강한 선교의 열매를 위해 우선적으로 선교와 교회 지원 정책을 제대로 세워야겠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 저도 강사로 참여했던 ‘미션퍼스펙티브’ 세미나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움과 더불어 무엇보다 미션 처치’에서 말하는 선교적 삶을 우리가 살아내야 하겠습니다.

몇 년 전 부흥회 강사로 초청하라고 사람을 소개하는데 이력을 보니 교회를 수백 개 세웠다고 하고 집회를 수천 번 했다는 것이 나오기에 머리가 어지러워 사양한 적이 있습니다. 행여라도 우리 교회가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뭘 한다고 해도 주님의 마음이나 머리를 어지럽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네비우스 선교 정책은 철저히 장로교적입니다. 개체교회의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의미에서 생산 능력 위주입니다. 감리교는 연대와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고 정의롭고 정당한 분배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둘 다 장점이 있고 동시에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줄이고 장점을 살리면서 조화를 이루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선교지를 방문하고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며 ‘희년교회’가 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이룬다거나 목적지 도착이 아니라 시작이고 여정(순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